서울 나들이를 생각한 계기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매주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거나, 친구들과 약속 잡아서 노는 것은 당연하지만 왜 부모님을 모시고 나들이 가는 것은 잘 생각을 못할까? 저희 부모님은 지방에 계셔서 자주 볼 수 없기 때문이라는 손쉬운 핑계도 있었지만 그런 핑계를 대기에는 제가 서울 생활을 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부모님을 서울로 초대해서 나들이 간 적은 거의 없더라고요. 그래서 생각난 김에, 더 늦기 전에 부모님과 서울 나들이를 하자!라고 다짐하고 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참고로, 다른 부모님들도 그러실지 모르겠는데 저희 부모님은 서로 성향 차이가 크세요...ㅋㅋ 아버지는 관광위주, 효율성 추구 스타일이라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많은 곳을 보고 싶어하시고, 심미적인 것보다는 역사적이고 유명한 것들을 보는 걸 선호하세요. 반면에 저희 어머니는 느긋느긋 하게 돌아다니고, 심미적인 것을 더 좋아하시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어머니를 서울로 초대하고, 다음번에 아버지에 맞는 나들이를 가자고 생각해서 어머니와 함께 나들이를 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근무하셨지만 그때 주말부부 셨기 때문에 어머니는 서울에 자주 오신 적이 없었어서 서울 나들이가 더 좋을 것 같았어요 :) 다 큰 아들과 어머니 둘이서 간 서울 나들이...! 지금 시작합니다 ^^
첫 번째 코스 : 청와대 관람
제가 서울 나들이를 기획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코스 짜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에는 갈곳이 너무너무 많죠. 근데 한정된 시간(반나절)과 서울 교통, 부모님 취향 등을 고려할 때 많은 부분이 고민되더라고요. 서울에 자주 오시지 않기 때문에 그래도 서울의 핫스팟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너무 많은 거리를 이동하면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어서 사람이 지나치게 붐비거나 너무 정신없는 곳은 피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고민 끝에 정한 첫 번째 코스는 바로 청와대 관람이었습니다.
청와대 관람을 선택한 이유
이번 정부 출범 이후 국민에게 개방된 청와대 관람은 저한테도 매우 흥미롭고 궁금한 곳이었습니다. 영화, tv에서만 보던 청와대의 내부를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어른들이 더욱 흥미를 갖을만한 장소였고 위치도 서울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오고 가기에 다 좋았습니다.
관람 전 주의사항
청와대 관람은 무료이지만 반드시 사전 예약을 하셔야합니다! 사전예약을 꼭 하시고, 개방 시간도 확인하셔야 해요~ 청와대 관람 홈페이지 링크를 첨부하오니 먼저 확인하시고 사전 예약 꼭 부탁드립니다 ^^
청와대 가는길
청와대는 경복궁역이나 안국역, 광화문역에서도 도보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물론 약 20분 이상 걸리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는 아니에요..! 저희는 이왕 걷는 거 가을 풍경을 만끽하면서 걷기 위해 안국역에서 도보로 이동했어요. 청와대 가는 길에 경복궁 옆 길이 어찌나 예쁘던지, 풍경만 봐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길이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구름 하나 없이 맑은 하늘과 은행과 단풍들이 수놓은 풍경은 진짜 작품이었어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멋진 곳이 있다는 것이 새삼 기뻤습니다 ^^ 역과 청와대가 멀다고 차로 이동하거나 택시로 이동하는 대신 이렇게 걸어가는 것도 정말 좋은 방법 같아요.
청와대 관람과 경관
청와대에 도착해서 관람을 시작하면 약 1시간 30분 ~ 2시간 정도 소요가 됩니다. 물론 더 빠르게 관람을 원하시면 빠르게 끝날 수도 있어요!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방시간은 오후 6시까지였습니다. 12월 ~ 2월은 오후 5시 30분까지니까 참고하세요:)
역사를 너무나 좋아하는 저에게도 청와대 곳곳은 너무 흥미롭고 멋진 곳이었지만 저희 어머니께서도 매우 신기해하시고 또 즐거워하셔서 너무 좋았습니다. 다른 나라 국빈들을 맞이하는 장소, 회의하는 곳, 접견실, 거주하는 곳 등 구석구석을 다 볼 수 있었고 영화 속에서만 보던 스팟들이 눈앞에 펼쳐지니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사진도 찍어드리는데 사진도 예쁘게 잘 나오더라고요..! 실내에서도 한 컷 찍고, 청와대를 배경으로도 한 컷을 찍고, 이러다 보니 시간이 정말 훌쩍 지나갔습니다. 청와대 관람 자체가 어른들이 많지만 가족 단위로도 정말 많이 오시고, 저처럼 부모님을 모시고 오신 분들도 많더라고요! 남녀노소 화합의 장이 역사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부모님 모시고 서울 어디를 가야 하나 고민되신다면 청와대 관람을 너무나도 추천드립니다!!
두 번째 코스 : 연세대학교
청와대 관람이 끝나고 제가 어머니를 모시고 간 곳은 연세대학교였습니다. 사실 연세대학교가 캠퍼스가 예쁘지만 서울 관광 코스는 아닌데 선택한 이유는 제가 다니던 학교의 모습을 어머니가 제대로 본 적이 없으셔서 이번 기회에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제 학부 졸업식날 오셨었는데 제가 8월 졸업이다 보니 너무 더워서 학교 구경은 힘들었고, 특히 제가 수업을 듣던 대우관은 그 언덕을 오르기엔 너무 더운 날씨였죠ㅠ 그래서 이렇게 선선한 날, 또 학생 때와 다르게 이제는 차로 이동이 가능하니 어머니를 모시고 학교로 향했습니다.
학교 구경
앞서 말씀드렸듯이 부모님이 지방에 계시다 보니 우스갯소리로 어머니가 가끔 저에게 학교를 다니긴 하는 거냐고 물으신 적이 있어요. 등록금 학교에 안 내고 놀러 다니는 것 아니냐면서...ㅋㅋ 그런 의혹을 불식시키고자 학교 구경도 시켜드리고, 제가 수업 들었던 강의실과 시험공부하던 도서관도 구경시켜 드렸어요. 부모님들은 또 자식의 기억과 흔적이 남긴 곳에 또 다른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힘을 받으시는 존재이기 때문에 학교 구경이 새로운 추억이 되시는 것 같더라고요. 제 20대의 많은 기억과 추억들이 남겨진 공간에 어머니의 자취가 더해지니 저도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뿌듯하기도 하고 기쁘더라고요.
마치며
학교 구경까지 끝나고는 동생을 만나 같이 저녁식사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제가 어머니와 이렇게 짧은 서울 나들이를 하는데 어머니가 작은 것 하나하나에 너무 즐거워하시는 것을 보면서 왜 진작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 부모님들은 자식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좋아하고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그 자식들이 어느덧 장성하여 독립을 했을 때는 더더욱 그 마음이 깊어지시는 것 같아요.
부모님께 먼가 나들이를 가자고 먼저 제안하는 것이 어떤 분들은 쉽고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또 어떤 분들에게는 어색하고 낯설 수 있습니다. 근데 어떤 상황이더라도 우리가 먼저 내미는 손과 먼저 말씀드리는 모든 제안을 부모님은 항상 반갑고 따뜻하게 맞아주실 거예요. 하나밖에 없는 나의 부모님이자, 하나밖에 없는 당신들의 자식이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부모님께 먼저 나들이나 여행을 제안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세상 그 어떤 미소보다도 따뜻한 미소와 그 어떤 환영보다도 격한 반가움을 보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실 수 있으실 거예요.
아, 참고로 저희 아버지와는 그 이후에 서울에서 또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이렇게 관람을 하고 돌아다니는 것은 서로 조금은 어색하여 저녁에 만나 맛있는 음식에 술 한잔 사드리며 즐거운 시간 보냈답니다 :)
이 글 보시는 모든 분들에게, 그리고 그분들의 부모님들과 가정에 언제나 평화와 행복이 깃들길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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